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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글을 처음 쓸 땐 습관처럼 내가 어릴 때 부터 썼던 글의 종류를 나열하고 그 중 하나의 경험을 묘사하다가 맞아떨어지는 게 있으면 주제에 끼워맞추려고 했다. 그게 여태까지 내 글쓰기 방법이었다. 그런데 대학교에서 까지 그 방법을 썼다간, 글을 쓰는 동안의 시간 낭비와 답답함도 문제지만 글을 쓸수록 당연해지는 글쓰기의 지루함에 너무 힘들 것 같다. 그래서 내 습관을 바꾸기 위해 이번엔 '쓰기' 위한 글 말고 '생각하기' 위한 글을 쓰기로 했다. 지금도 두 단어 쓰고 첫 문장부터 다시 맟춰보고 고치고를 반복하고 있는데 그런 '쓰기'를 피하기 위해 미리 내 글의 내용을 정하자면 '내 대입 자기소개서의 문제점이 뭐였을까?'이다. 대입 자기소개서가 최근에 쓴 가장 중요했던 글이라 '글쓰기와 나'의 내용으로 정했다. 


몇 달 전만 해도 나는 지원 대학교별 자기소개 질문에 따라 이야기거리를 찾고 글로 옮기면서 하루종일 자기소개서만 신경썼다. 신문에서 '스토리텔링'이라는 것을 보고 나도 내 소개를 이야기로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자기소개서의 진로 계획 질문에 미래의 나를 묘사하고 그 미래를 위한 준비과정을 나열했다. 평범하지 않은 자기소개서에 스스로도 만족했다. 다만 문제는 면접때 드러났다. 자기소개서에 '미래의 나'는 덴마크 가전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고 그를 위해 덴마크어를 공부하겠다고 썼는데 그 걸 읽은 면접관이 "덴마크 회사에선 덴마크어 대신 영어를 쓴다."고 말했고 나는 할 말이 없었다. 게다가 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업을 브랜드/제품/디자인 기획 팀장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마케팅과 관련된 직업이었고 나의 그런 오해는 자기소개서 자체의 진실성을 떨어뜨렸다.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엔 내 속을 많이 보여주자고 쓴 글이 '나 이런 사람이니 뽑아달라'는 글 밖에 안 됐고 평소에 내가 모호하게 상상했던 내 장래를 조사를 통해 구체화하지 않고 글로 옮긴 실수가 드러났다. 친구 따라 전국 고교생 백일장에 갔던 게 기억난다. 국어책이나 언어 영역 문제집에서도 봤던 화려한 글 보다는 청소년기의 경험을 살려 청소년의 소재로 쓴 글이 금상을 받았다. 자기소개서에도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거창한 계획보다는 별 거 아니지만 나만의 경험을 써야한다. 진로 계획 질문엔 내가 그 덴마크 회사를 어떻게 알게 되었고 왜 좋아하게 되었으며 기획 팀장이 되어 하고 싶은 일을 써야 좋은 자기소개서가 된다. 그게 내 자기소개서의 문제점을 고치는 방법이다. 


아 글을 다 썼다. 결국 습관적으로 썼던 글들과 비슷해졌지만 적어도 어릴 때 부터의 경험을 나열하지 않은 건 만족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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